오랫만에 오전 외출

in #zzan3 days ago

약속이 있어 아침 일찍 외출 준비를 하고 나섰다.
나의 중요 임무이며 일과인 어머니 보살피는 것을 오늘은 아내에게 부탁을 하고 나섰다.
어머니에게 다녀오겠습니다, 말씀드리고 다녀왔다.

그리고 다녀왔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요양 보호사님이 오늘따라 일찍 오셨다.
그래서 그냥 내 방으로 왔는데 이 글을 쓰다 생각하니 어머니는 아들이 나갔는데 언제 오지하고 계실 거 같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가서 주무시는 거 같지만 저 들어왔어요, 하고 말씀드렸다.
알았다고 머리를 끄덕하시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걱정이다.
이러다 바로 돌아가시는 거 아니가 보통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
어머니야 요즘 말씀 하시기를 이대로 죽으면 복이지 살만큼 살았다.
일제 강점기 나물 뜯어 공출하던 시대부터 살았는데 많이 살았지 난 이제 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아직은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싶지는 않다.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마음이 언제 변할지는 모른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효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머니를 모시지는 못하지만 영원한 이별을 가급적 늦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내 일상이나 삶의 다소간의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렇다.
돌아가시고 나면 정말 다시는 못 뵙지 생각하면 뵙고 있어도 그리운 어머니다.

아내가 막 대추를 따왔다.
잘 익었다.
크기도 제법 크다.
맛도 좋다.
어머니도 드렸어하니 못 드시잖아 한다.
그건 그런데 손에라도 쥐어 드리면 대추구나 하시며 좋아하실걸 하니 정말 그렇네 하며
어머니에게로 갔다.

어제는 물렁한 다래를 입에 넣어 드리고 이게 뭐게요 하고 물으니 글쎄 뭐지 잘 모르겠는데 라시며 대추 아니야 하시는데 마음이 그냥 짠했다.
맛은 어때요 하니 달아하시기에 다래인데 더 드릴까요 하니 말랑말랑해지면 줘 그래야 더 달아하시는 게 아닌가.

맛은 아시는데 그게 뭔지 모를 정도로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지셨다.
그래서 바로 엄마 이름이 뭐예요 하니 정확하게 대신다.
그럼 내 누구요 하니 큰아들 하신다.
아들 이름은요 하니 그것도 정확히 대신다.
그런데 이젠 말하는 걸 귀찮아하신다.
귀찮아하기보다 힘들어하신다.
요구르트도 드리면 빨대를 빠는 힘이 많이 약해지셨다.
머지않아 이것도 빨아 드시는 게 힘들다 하시겠네 하는 생각을 하니 그냥 가슴이 먹먹 해진다.

어머니 오래 사셔야 해요,라고 말하면 악담을 해라 오래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오래 시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악담이 아니라 축복의 말이어야 하는데 점점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는 거 같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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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슬픔이 커져가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