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 아니, 잠에 빠지다.

in #zzan2 days ago

일어나면 운동삼아 밭으로 향한다.
그건 어머니도 용인하여 주시는 아침 시간이다.
어떤 날은 좀 일찍 가고 어느 날은 뭉그적 거리고 차이는 있다.

오늘도 5시부터는 나가 작업을 하지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과 아직은 제초작업의 시간적 여유가 있지 이런 생각이 겹치니
자연스레 밭으로 향하는 인터벌이 길어진다.
그러나 막상 밭에 도착하여 작업을 시작하고 나면 금방 후회를 하게 한다.
좀 더 일찍 나왔으면 덜 덥고 더 많이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오늘도 시간 반정도 제초 작업을 했다.
옥수수밭 제초 작업을 안 해도 무방하나 옥수수를 따려 다니려면 그래도 하면 좋지 하는 아내 의견에 따라 그래 한번 더하자 하고 하는 작업이다.

막상 옥수수 밭고랑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는 풀이 자랐다.
비 오고 나니 풀도 자라는 게 하루가 틀리다.
제초작업을 한 번 더 해주는 게 좋기는 하겠다 싶어 예초기를 열심히 돌렸다.
예초기로 고랑에 풀을 제거하면서 생각한다.
옛날에는 이걸 다 호미로 매거나 손으로 뜯어 김을 맸는데 예초기 줄날로 돌려대니 빠르기도 하고 아주 깔끔하여 보기도 좋다.

흐트러짐 없는 차렷 자세로 사열하여 허리에 권총 차듯 예쁘장한 망망 이를 차고 옥수수 알갱이를 실탄 장전하듯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그러니 밭에 가면 언제 내가 일어나기 싫어했지 하는 생각이 들고 잘 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다시 어머니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 글 제목을 보니 그렇다.
밭에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에는 다시 어머니 방으로 가는 게 내 일과다.
그사이 아내는 어머니 아침 식사와 그 외 돌봄을 마치고 출근한다.
어머니는 나와 지내는 걸 무척 좋아하신다.
며느리는 아무리 좋아하고 가까워도 표현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있고 나하고는 그런 게 없는 거 같다.

그래 그런지 어머니는 내게 지니치게 많은 걸 의지하려 하시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가 아니고 동화이야기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나누기를 좋아하신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개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연대가 1960년도 전후에 이야기다.
소재는 그 당시의 경험으로 다양하다.
사실 동화가 따로 없지 싶은 이야기 들이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다.
듣기도 한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오다오 북이 많은데 거기서 동화를 들려드리면 아주 재미있게 들으신다.
몰입하시는 정도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틀어주면 몰입하는 그런 모습이다.
그럼 그걸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나도 같이 듣는다.
그러면 어느 사이 잠에 빠져들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잠깐이지 싶었는데 한 시간은 잤는가 보다.

그런데 그 잠이 꿀잠이다.
어머니 옆에서 동화를 들으며 자는 잠이라 그런지 몰라도 여느 낮잠과 다르게 기분 좋은 잠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 점심 챙겨 드리고 다시 동화를 들려 드리다 보면 요양보호사님이 오신다.

제초 작업 하던걸 각하면 바로 밭으로 가야 하는데 폭염주의보도 아니고 연일 폭염경보다. 그렇다고 시작한 거 안 할 수는 없고 4시 정도에 나가 밭까지 걸어가서 제초 작업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저녁 먹고 어머니랑 동화를 듣다 보면 또 꿀잠에 빠져 들게 되리라.
인생 소중한 거 많겠지만 지금은 어머니랑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하여 모든 거 제쳐두고 어머니랑 같이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물리적으로는 요양보호사님이 오셔서 함께하는 4시간과 밭에 나가거나 걷기 운동하는 두어 시간 빼고는 거의 대부분 시간을 같이 한다.
물론 심리적으로는 24시간 늘 같이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옛날에 들려주시던 동화가 그때의 그 느낌과 감성이 내 안에서 다시 발현되어 어머니에게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동화를 듣다 보면 어머니도 나도 잠에 빠져든다.
그 잠든 모습을 하늘에서 보면 두 노인이 아니라 어린아이 둘이 동화를 듣다 잠든 모습같이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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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post is absolutely heartwarming! I love how you've woven together the story of your day, from the initial reluctance to weed the cornfield to the profound joy of spending time with your mother.

The contrast between the physical labor in the fields—vividly described with the imagery of the "권총" and "실탄"—and the gentle moments listening to fairy tales with your mother is truly touching. The image of you both dozing off, like two children, is incredibly sweet and resonates deeply.

It's beautiful how you prioritize this precious time with your mother, recognizing the value in those shared moments. This post is a reminder to cherish our loved ones and find joy in the simple things. Thank you for sharing this personal glimpse into your life! What are some of your favorite fairy tales to share with your mother? I'm sure the community would love to know!

정다운 모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