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가 불편하신 게 역력하다.

in #zzanyesterday

어제오늘 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한 게 역력하다.
말씀이 적어졌고 뾰족하다.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혼자계시게는 하지 않지만 어디를 갔다 온다고 하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걱정을 하고 계신다.
요양 보호사님이 오시면 그 시간에 나가 일을 보는데도 그때도 어디를 갔다 오겠다고 말씀드리면 그때부터 걱정을 하신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하고 일을 보러 나가면 어떻게 아셨는지 더 속상해하신다.
녹내장으로 눈마저 점점 잘 안 보이니 더욱 그렇다.

오늘오 아침에 밭에 가보니 옥수수에 해충이 덤벼들어 피해를 주고 있다.
살충제를 뿌려야 하기에 오전부터 준비와 방제 작업을 했는데 해저물때까지 했다.
내일부터 비가 또 온다니 오늘 놓치면 피해가 클 거 같아 만사 제치고 밭에서 살았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내게 는 아니고 며느리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들은 밭에 가는 게 나랑 노는 것보다 좋은가 보다라며 너는 어떠니 하고 떠 보시기에 어머니 아니에요, 아비는 밭에 가는 거 싫어해요. 저도 싫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다.

그렇게 싫으면 안 하면 되지라고 물어 오셔서 안 하면 벌금이 나온다고 말하니 그러니 하시며 조금 풀어지신 듯하다.
저녁 식사 후에 약을 드리는데 아주 싫은 기색을 하시며 저 원수 같은 약 내가 다 가져다 버릴 거다 하시기에 나도 웃으며 정말 나도 그러고 싶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그러면 내가 가져다 버릴게요, 했다.

약을 드리고 쓰다 하시기에 음료수라라도 드릴까 싶어 마실 것 좀 드릴까요 하니 고개를 저으신다. 그래서 귤 같은 거라며 그거 드릴까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귤이 아니라 오렌지다.
오렌지 그게 생각이 잘 안 나서 그거라고 했는데 엊그제 내가 까서 드려 드셨기에 무슨 말인지 알고 고개를 끄덕이신 거다.

껍질을 벗겨서 한족각씩 입에 넣어 드리니 잘 드신다.
표정이 조금 밝아지시는 거 같다.
무척 죄송스럽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
어머니랑 24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대한 어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런데 그럴수록 내게 어머니의 의존과 기대는 점점 더 커진다.
그래서 아내도 그런다.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서로 힘들어지고 지치니 요양 보호사님이 와있는 서너 시간은 운동을 하던 누굴 만나던 밖에 나갔다 오라고 한다.
한두 달이 아니고 길게 생각해야 하니 그래야 된다고 한다.

잘 모시지는 못해도 평상시처럼 그렇게 함께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해야지 잘하겠다는 생각 자체도 오히려 지칠 수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자고 아내는 말한다.
그 말을 듣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어머니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고 아내는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때의 시어머니를 그대로 복제한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말 약봉지를 자 가져다 버릴 정도로 빨리 좋아지시면 좋겠다.
그러면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밭에라도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불편해진 어머니의 심기가 오렌지 조각을 입에 넣어드리며 살피니 편안해지신 거 같다.
아들에게 뭐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되는데 그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아내와 내가 찾은 해답은 죄송하기는 하나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처럼 생활하는 게 어머니를 위한 최선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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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보호자가 지치면 큰일입니다.
운동 시간은 확보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