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흐림, 어머니 기분은 맑음

in #zzan5 days ago

어딜 못 가게 하는 어머니가 옥수수 배달을 간다니 좋아하신다.
밀리는 길을 다녀오니 오후 다섯 시가 다 되었다.
비가 올 거 같아 나온 김에 아예 시간 반 정도 걷고 들어 왔다.
운동장으로 갔더니 축구 시합이 있어 차를 댈 곳도 없다.
주차장은 물론 큰 도로도 양쪽 모두 주차가 길게 되어있다.
무슨 대회인지 제법 규모가 있는 대회 같다.

결국은 1979 공원으로 와서 새로 만든 황톳길을 걸었다.
처음으로 걷는 길이다.
이국장도 나오라 해서 같이 걸었다.
이국장은 요양 보호사님 퇴근시간이 다되어 한 시간쯤 걷다 먼저 왔고 나는 더 걷고 느긋하게 발을 닦고 말려 양말까지 챙겨 신고 왔다.
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걷다 보니 점점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이 있어야 했다.
우산 생각을 하니 차에 우산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나고 차를 그냥 두고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멍청이처럼 차를 나 두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가 안 왔으면 집까지 갔을 거 같다.
얼른 차가 있는 곳으로 비가 많이 쏟아지기 전에 가서 다행스럽게 비를 피해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어머니랑 이국장이랑 오손도손 재미있는 이야기 중이시다.
분위기를 보니 좋다.
어머니 기분이 맑음이다.
얼른 망고젤리를 하나 까서 입에 넣어 드렸다.
맛이 괜찮다 하시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가끔 드리려 하는데 어떨지 몰라 맛이 어때요 하고 여쭈었다.
웃으시면서 괜찮은데 하신다.
어디서 났니 사 왔니 하시는데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누가 어머니 드리라고 줬어요 하고 말았다.
그건 얼마 전 베트남 여행을 하고 온 지인이 준 것이다.

어머니 표정이 좋으니 엄마 나 내 방에 가서 포스팅 좀 하고 올게요, 그래야 와서 자요, 하니 알았다 하신다.
그래서 얼른 와서 포스팅하는 중이다.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건 나눔이다.
당신은 누군가 주고 싶어도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누구에게 던 지 별로 줘보지를 못했다고 가끔 말씀하신다.
그래서 너희는 어지간하면 나눔을 잘해라 하신다.
누군가 뭔가를 줄 수 있는다는 건 큰 복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농사를 지어 우리도 먹고 이웃과 나눔 하면 엄청 좋아하신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좋다.
사실 힘들게 농사 져서 판다는 생각을 하면 농사 안 짓는다.
속된 말로 우리도 사 먹는 게 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농사를 직접 지어 나누어 먹는 것에서는 색다른 보람이 있다.
해보면 아는 그런 보람이다.

그렇지만 나눔 하기에 어려운 게 농산물이다.
정말 어렵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나눔 하는 게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믿지 않을 이야기지만 나눔 하는 것이 판매보다 더 어렵다.
특히 농산물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올해 옥수수 농사는 생각보다 호응이 좋다.
옥수수 싦다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 보니 나눔이 힘이 드는 게 아니라 아주 재미있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애터미 파트너나 스폰서와 나눔이니 더욱 좋다.
사실 주는 것도 소문 없이 주는 게 좋은 것인데 옥수수는 다르다.
소문내며 줘도 좋은 게 옥수수 같다.

그런데 꼭 주고 싶었단 사람이 있었는데 많이 있다고 됐다고 하니 알았다고 했다.
처음이다.
사실 주눈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잘못하면 아니 준만 못하다.
주고도 욕먹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는 것도 조심스럽다.
잘 주어야 한다.
그런데 옥수수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좋다.
맛있어서 좋다.
아내 얼굴에 어머니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서 좋다.
그러면 더 바랄게 뭐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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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맘 알지요.
호박을 따다 주면서도 안 먹고 버리면 어쩌지? 처치 곤란하다면 어쩌지? 합니다.
주고도 민망해지는 경우 많아요.

예! 그래서 주는것도 받는것도 기술을 넘어 품위라고 생각합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