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거
늙는다는 거 반길 일은 아니나 누구나 늙는다.
어제 이종 사촌들이 왔다.
어머니를 뵈러 왔다.
벌초를 하러 내려온 김에 들렸다 한다.
이종 사촌 형제들을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은 본다.
어려서는 한 이불 덮고 자고 한쪽 울타리 뜯어놓고 살던
이웃 중에 이웃이기도 했다.
그때는, 이종사촌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것인 줄 알고도 살았다.
그런 동생들이 어제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아니다.
가끔은 보았다 해도 기억 속에 동생들은 함께한 시간이 많았던 시절에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다.
사촌 동생들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시절의 젊은이들이 아니다.
나이를 물어보니 다들 환갑이 넘었고 막내도 내후년이 환갑이라는데 어느새 세월 보냈나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도 클 때는 엄청 차이 나게 느꼈다.
지금 보면 거기서 거기 같은데 왜 그리 크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도 조카들을 반기셨다.
만나지는 못해도 언니랑 매일 통화했는데 이젠 그것도 못한다고 아쉬움을 말씀하신다.
이모는 지난겨울에 돌아가셨다.
동생들은 갔다.
어머니랑 옛날이야기를 한다.
이모하고 얽힌 이야기도 한다.
이모가 우리 형제들을 참 예뻐해 주셨다.
심지어는 우리 아이들까지 아주 예뻐해 주시며 돌봐주시기도 많이 하셨다.
이모님 이모부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늘 감사한 생각을 하고 지낸다.
늘 말하기를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이모부님 도움이 크다고 늘 생각한다.
그러니 사촌들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나 이젠 예전 같지 않다.
세월이 변했다는 생각이다.
어머니는 식사를 잘 못하신다.
컨디션이 아주 안 좋으시다.
식사는 물론 약도 어제는 거부하신다.
그러나 오늘은 재롱을 떨며 약을 드시게 했고 입맛이 없으시다 하여 복숭아도 드렸다.
기분이 좀 나아지시는 거 같기는 하다.
그러나 안심이 되지는 안 든다.
가뿐 숨을 몰아 쉬시는 어머니의 가슴은 새가슴처럼 앙상 엉성해 보인다.
늙는다는 건 자연 현상이라지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품위와 존엄 모든 게 지켜지는 늙음은 세상에 얼마나 되려나
인간의 마지막 존엄은 장례문화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예우이며 마지막으로 인간 대접을 받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례 문화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며 인간이 내세울 가장 아름다운 문화가 장례 문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늙는다는 건 반가운 게 아니다.
그러나 다행인 건 누구나 늙는다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억울한 사람이 넘쳐 날 거 같다.
누구나 늙고 죽는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사람은...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