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랑이라 하자...

in #zzan9 days ago

왠지 느낌이 안 좋아
느낌이...

새벽 4시다.
어머니는 깨어 계시다.
내가 일어나 살피니 먼저 말씀하신다.
지금 몇 시야, 하신다.
예 4시 조금 넘었었어요 하니 그래 아직도 하신다.

일단 물을 한 모금 드시게 했다.
그리고 뭐 좀 드시겠냐 하니 아침을 먹어야 뭘 먹지 하시는데 많이 아쉬운 표정이다.
뭘 드릴까요 하니 뭐가 있는데 그러신대 불과 두세 달 전에는 이럴 때 어머니는 이러셨다.
냉장고에 뭐가 있나 봐봐 하셨다.
그런데 이제는 잘 말씀도 못하신다.
그냥 가냘프게 아무거나 하신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드리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오늘도 복숭아를 한 조각 넣어 드렸다.
그랬더니 복숭아는 싫어하시면서 안 드시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더 안 드리고 그러면 뭘 드릴까요 하니 고기 하신다.
육회를 드릴까요 연어를 드릴까요 표정이 육회를 달라고 하시는 거 같다.

일단 이런 새벽이나 오밤중에 뭘 드리려면 하는 순서가 있다.
일단 내가 손을 닦고 냉장고에서 육회를 꺼내 양념으로 비비며 준비하는 과정에 노래를 불러야 한다.
노래라고 해야 유치한 노래다.
내 맘대로 부르는 노래 아주 유치한 그런 노래로 족보도 없는 노래다.

엄마는 예뻐요부터 시작해서 엄마하나 나하나 맛있게 먹자 등 말이 되거나 말거나 즐거운 듯 흥얼거리며 만들어다 드리면 어머니는 맛있게 드신다.
이는 내가 이런 걸 하는 게 싫지 않고 즐겁다는 듯 포장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사실 즐거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준비를 해서 드리면 어머니도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맛있게 드신다.
그러면 그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

지금은 다른 거 없다.
음식을 잘 못 드시니 어떻게든 드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게 답이란 생각이다.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싶어 때때로 챙겨드리며 속으로는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고 울음이 솟구쳐 올라오려고도 한다.
그러나 가급적 좋은 생각 좋은 말만 하고 좋은 감정만 가지려 한다.
어딜 가야만 여행이 아니라 이런 게 이별여행이지 싶기도 하다.

아내와는 자주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너무 안 좋아지시는 거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하면 아내는 부처님 말씀하 듯한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어머니 상태 그대로 인정하고 변하하는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되 어머니한테 너무 감정이 매몰되어 가지는 말라고 한다.
가실 때가 되면 편히 보내 드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란다.
그게 어머니를 위해서도 좋다고 한다.

사람은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한다.
그 이별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과도 이별은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머니와 이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렇다.
그런데 어머니와 어디 여행 한번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세상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간 나름대로 잘 살았지 하는 그간의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그냥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되돌려 살 수 없는 인생이니 그냥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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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post is incredibly moving and raw. The vulnerability in sharing such a personal and difficult experience resonates deeply. The simple act of preparing food for your mother, filled with love and accompanied by silly songs, paints a beautiful picture amidst a heartbreaking situation.

Your reflections on life, regret, and the inevitable "farewell journey" are profound. The wisdom from your wife is particularly insightful. It's a poignant reminder to cherish these moments, accept the changes, and prepare our hearts.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timate glimpse into your life. It's a powerful reminder to appreciate our loved ones while we have them. I encourage everyone to read this and reflect on their own relationships. What a touching and thought-provoking pi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