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기전에 인간으로서도 느끼는 연민

in #zzan4 days ago

밤새 주무시지 못하고 기침을 하신다.
그것도 심하게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거 같이 컥컥하신다.
그러는 어머니를 보면 한없는 연민이 솟구친다.
인간으로 한 세상 살고 마지막 길이 이렇게 고통스럽고 추하다는 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누군들 이러고 싶겠나 싶으나 늙고 병든다는 게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니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인연으로 붙들고 늘어지며 옆을 지키며 안타까워 하지만 영원히 지켜 드릴수도 없고 역을 드린 들 낫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약을 안 드릴수도 없는 경우이니 돌봐 드린다 하나 그냥 지켜봐 드리는 것이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할 수 있는 게 식사 챙겨 드리고 약 챙겨 드리고 이불 덮어 드리고 기저귀 젖으면 이국장 불러대는 게 다다.

물론 허리가 뜨겁다 하시면 선풍기 틀어 드리고 춥다 하시면 선풍기 꺼 드리고 옆에서 이야기 해드리거나 들려 드리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밤이면 어머니 옆에 자리 깔고 누워 자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마냥 즐겁게 하려 해도 쉽지 않은 것이다.
너무나 가엽게 변해 가는 어머니를 보면 그냥 눈물이 솟구치려 한다.
그럴 때는 목소리마저도 심한 기침으로 목이 망가진 어머니보다 더 탁해지는 목소리가 나니 그건 또 웬 조화인지 그렇게 되곤 한다.

어젯밤 어느 때쯤인가 두런두런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어디까지 갔는지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내 가 죽으면 가장 많이 울사람이 우리 큰아들이지 하면서 손을 잡아 달리시는데 이건 아주 아들을 울려요 울리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건 모른다.
어쩌면 나보다도 이국장이 더 울 거 같다.
아내는 어머니에 대한 믿음과 정이 보통이 아니다.
언젠가 아내가 내게 이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울지 않았는데 아마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많이 울 거 같다고 말이다.

어머니한테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고 깊다며 갚을 수는 없지만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머니는 집에서 모셔야 한다며 서둘러 집으로 모시고 오자고 한 것도 아내, 이국장이다.
물론 그동안도 같이 한집에서 계속 살아왔지만 넘어지시고 병원에 입원하신 후에 자식들 의견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게 어떻냐고 할 때, 아니 그 이전에 집으로 모셔오자고 한 장본인이다.
사실 내가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상 궂은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소변을 받아 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치도 싫은 기색 없이 해내는 사람은 이국장이다.
어머니가 그것까지 아들에게는 신세 지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의지를 표하시고 아주 곤란한 지경이 되기 전까지는 며느리를 기다리거나 불러 달라 하시고 불러 대기 전에 수시로 체크를 한다.
이게 하루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은 아이라 해도 열 번 이상은 체크하고 갈아 드려야 하는 일이니 쉬운 일이 아니다.

늙는 게 축복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늙는다는 게 재앙이지 싶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특히 무서운 게 낙상이다.
늙어서 넘어져 골절 상을 입으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게 여기서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아무리 강인한 멘털을 가지고 있다 해도 넘어져 골반이 나가면 그냥 인생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거 같다.

이제는 어머니에게서 좀 나아지면 하는 희망은 접었다.
이대로도 오래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도 흔들린다.
날로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보면 그냥 안타깝고 가엽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이제는 희망이 그저 뭐든 잘 드시면 그거라도 잘 챙겨 드리자이다.
잘 드신다고 해도 이제 얼마 안 남으신 듯 하니 그냥 드시고 싶은 거 드시게 해 드리고 손 한번 더 잡아 드리고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더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한밤중에 자다 일어 나서도 안 주무시고 계시면 어머니 뭐 드릴까요 하면 아니, 그냥 아침에 밥 먹지 하신다.
그러나 그래도 뭐 드릴까요 재차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면 뭐가 되었든 못 부르는 노래지만 즐거운 듯 노래를 불러 대며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도 먹거나 먹는 척하며 드린다.
그러면 많이는 아니라도 아주 맛있게 드신다.
특히 육회 무침을 해드리면 아주 좋아하신다.

그리고 슬쩍 물어본다.
어머니 내가 노래하면서 이렇게 해드리니 더 맛있고 좋지요 하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하시면서 웃으신다.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아니면 일 년 이 녀 이 될지 모르지만 어머니와의 이별은 멀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내 마음도 꼭 나으실 거라는 나으셔야 한다는 생각을 욕심이라 생각하고 버리고 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는 게 최고인 거 같다.
즐거운 듯이 아닌 정말 즐겁게 어머니와의 시간을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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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your deeply moving post resonated profoundly. The raw honesty and poignant reflection on your mother's declining health are incredibly touching. It's rare to see such vulnerability expressed with such grace and love.

The way you describe the simple acts of care – preparing meals, adjusting the fan, and even just lying next to her at night – speaks volumes about your devotion. And your wife's unwavering dedication is truly heartwarming.

This post is a powerful reminder to cherish every moment with our loved ones, especially during challenging times.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timate glimpse into your life. I imagine many are going through something similar. Sending you strength and compassion. Thank you for this reminder.